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가 정리하는 디지털 자산의 종류

wellnews 2025. 6. 27. 05:27

현대인의 일상은 온라인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사망 이후에도 그 흔적은 SNS, 이메일, 블로그, 각종 구독 서비스 등 수많은 플랫폼에 남아 있다. 문제는 이 디지털 자산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해킹, 자동 결제,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는 기술자가 아닌, 고인의 자산과 기억을 정리하고 보호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말하는 디지털 자산 종류


디지털 장의사가 우선 정리하는 영역: SNS와 커뮤니티 계정

디지털 장의사가 가장 먼저 정리하는 자산은 SNS 계정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X), 카카오스토리 등은 사망 사실을 확인하면 계정 삭제, 추모 계정 전환, 비공개 처리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장의사는 유족의 의사를 반영해 적절한 방식을 선택하고, 사망진단서·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수 서류를 준비해 각 플랫폼에 요청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기술 절차가 아니라, 고인의 명예와 유족의 감정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또한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트와 블로그 계정 역시 정리 대상이다. 고인이 활동했던 온라인 포럼, 네이버 카페, 티스토리, 디시인사이드 등에는 게시글, 댓글, 프로필 이미지 등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중 일부는 유족에게 감정적 고통을 줄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를 결정하고, 백업이 필요한 콘텐츠는 별도 보존해 전달한다.
특히 장기적으로 운영된 블로그나 포트폴리오 사이트는 고인의 직업적 정체성이나 창작물이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일부 유족은 이를 완전히 삭제하기보다 고인을 추모하는 디지털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하길 원하며, 디지털 장의사는 콘텐츠 유지 방식, 접속 제한 범위 등을 설정해 맞춤 대응을 제공한다.
여기서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기능 차이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사망자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계정 접근을 원천 차단한 뒤 유족이 프로필에 추모 문구를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일부 콘텐츠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공개 처리하는 방식의 제한적 추모 기능을 제공한다. 트위터(X)는 사망 후 계정 삭제만 허용할 뿐, 추모 전환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런 차이를 알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장의사의 전문성이다.

 


디지털 장의사가 정리하는 실질적 정보 자산: 이메일, 클라우드, 구독

이메일 계정은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 중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가 이메일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이메일 계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다른 자산 정리도 진행하기 어렵다. 구글 지메일, 네이버 메일, 다음, 아웃룩 등은 각각 사망자 계정 삭제 절차를 따로 두고 있으며, 장의사는 이를 파악하고 플랫폼과 직접 소통해 접근 권한을 확보한다.
클라우드 저장소도 주요 자산이다. 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드롭박스 등에는 사진, 영상, 문서, 메모 등 고인의 개인 기록이 보관되어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이 원하는 데이터를 우선 백업하고, 나머지는 안전하게 폐기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한다. 민감한 문서가 발견될 경우, 유족의 감정과 가족 간 분쟁 가능성을 고려해 처리 방식까지 상담한다.
더불어 넷플릭스, 왓챠, 애플뮤직, 멜론, 유튜브 프리미엄 등과 같은 정기 구독 서비스 계정은 사망 이후에도 요금이 자동 청구되기 때문에 빠른 확인이 필요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각 플랫폼에 연락해 결제 취소, 환불 요청, 계정 비활성화 등을 처리하며, 유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도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요즘은 ‘디지털 가계부’처럼 유료 서비스 정리도 전문 업무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유족이 고인의 이메일을 열람할 경우, 생전 고인의 사적인 메시지를 접하고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런 상황까지 예측해 유족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거나 민감한 정보는 열람 전에 별도 조치한다. 특히 연인 간의 메시지, 가족 간의 갈등 흔적, 개인 금융 정보 등은 유족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정리 작업 전후로 감정적 보살핌과 충분한 설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정리가 아닌 ‘배려 있는 마무리’가 바로 디지털 장의사의 핵심 업무다.

 


디지털 장의사가 관리하는 확장 자산: 게임, 암호화폐, AI 잔존 데이터

최근에는 디지털 장의사가 정리해야 하는 자산의 종류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 계정이다. 넥슨, 스팀, 블리자드, PSN, 닌텐도 등의 계정에는 유료 캐릭터, 장비, 스킨, 포인트 등 실질적 자산이 저장되어 있으며, 일부는 계정 자체의 가치가 수백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장의사는 유족 요청에 따라 계정 삭제 또는 소유권 이전을 지원하며, 게임사의 정책에 따라 필요한 동의서를 안내한다.
암호화폐와 NFT 자산도 디지털 장의사의 관리 대상이다. 업비트, 빗썸, 바이낸스 등 거래소 계정에는 디지털 자산이 저장되어 있으며, 복구 키가 없을 경우 해당 자산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생전 고인이 남긴 복구 문서, 인증서, 로그인 정보를 토대로 접근 가능성을 확인하고, 법정 상속이 가능하도록 정리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암호화폐나 디지털 아이템의 상속 관련 법제가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일부 주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유산 상속법’을 제정해 실질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장의사는 이 같은 법률 동향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와 협업해 유족이 자산을 합법적으로 상속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NFT의 경우, 저작권 문제까지 얽히는 경우가 있어 삭제와 양도 여부를 구분해서 처리해야 하며, 이는 기술만 아니라 법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이 복잡해질수록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더욱 고도화되고 전문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