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과 서비스 종류

wellnews 2025. 6. 27. 03:09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사망자의 계정을 삭제해 주는 기술 인력이 아니다. 이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망자가 남긴 수많은 온라인 흔적을 정리하고, 그 흔적을 둘러싼 가족과 사회의 감정까지 함께 다루는 복합적 전문가다. 온라인 공간은 이제 현실만큼이나 사람의 기억과 관계, 자산이 축적되는 영역이 되었으며, 이러한 흔적은 사망 이후에도 계속 남아 관리되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고인의 SNS 계정이 광고에 악용되거나, 자동으로 게시되는 생일 알림, 추모와는 무관한 콘텐츠들이 유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바로 이 혼란을 정리하고, 고인의 존엄을 온라인에서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나아가 이들은 단순한 삭제자나 관리자 이상으로, 남겨진 사람들이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기억할지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다.
특히 디지털 장의사는 정보 보호와 감정 조율이라는 두 가지 복합적인 책임을 동시에 진다. 사망자가 남긴 데이터는 종종 가족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인의 블로그나 댓글 기록이 과거의 연애나 종교, 정치적 견해 등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단순한 기술적 정리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의 정서와 고인의 명예를 모두 고려해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인간 중심의 접근이 가능하기에,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애도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 역할 및 서비스


디지털 장의사가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의 범위

디지털 장의사의 서비스는 계정 삭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이 제공하는 핵심 업무는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사망자 계정의 식별 및 목록화다. 유족이 알고 있는 계정 외에도 이메일을 통해 연계된 사이트들을 추적하고, 고인이 남긴 디지털 발자국을 수집한다. 둘째는 플랫폼별 삭제 절차 대행이다. SNS, 블로그, 이메일, 클라우드,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플랫폼은 각기 다른 삭제 요건과 절차를 요구하는데, 이를 유족이 직접 진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디지털 장의사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각 플랫폼에 공식 요청을 넣어 처리한다. 셋째는 중요한 콘텐츠의 백업이다. 사진, 영상, 메시지, 기록 중 유족이 간직하길 원하는 콘텐츠는 안전하게 저장해 제공한다. 넷째는 디지털 유산 리포트 작성이다. 어떤 계정이 어떻게 정리되었고, 어떤 자료가 백업되었는지를 문서화해 유족에게 남겨주는 서비스다. 마지막으로 일부 업체는 정서적 지원까지 제공한다.
최근에는 사망 전 본인이 미리 서비스를 의뢰해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생전 사용자가 자기 주요 계정, 데이터, 삭제 요청 여부 등을 명시해 두면, 사망 이후 유족 간 갈등을 줄이고 장의사의 업무도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과정은 보통 전문 포털이나 별도 양식으로 관리되며,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된 뒤 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생전 정리’ 서비스가 확대되면,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사후 정리뿐만 아니라 ‘삶의 마무리를 설계하는 동반자’로 확장된다.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의 실제 사례와 활용 방식

디지털 장의사가 활동하는 현장은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녀를 잃은 부모가 고인의 SNS를 없애지 않고 ‘디지털 추모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 하는 경우, 디지털 장의사는 계정을 비공개 전환하거나 불필요한 게시물만 정리하는 맞춤형 설정을 제공한다. 반대로 고인의 기록을 인터넷에서 완전히 지우고자 할 경우, 디지털 장의사는 수십 개의 플랫폼과 접촉해 삭제를 진행하며, 필요한 경우 해외 서비스와도 소통한다. 또 어떤 유족은 고인의 이메일이나 사진을 추출해 정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사적인 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제삼자에게 넘기지 않도록 법적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키며, 유족의 심리적 상태까지 고려해 작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고인의 데이터 일부를 기반으로 추모 영상을 제작하거나, 추억의 사진 앨범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작해 주는 부가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단순한 삭제나 백업을 넘어, 고인의 삶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유산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장의사가 감정적 치유와 추모 문화의 확산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디지털 장의사의 일은 기술적인 데이터 정리이면서도, 고인을 기억하는 하나의 예식처럼 작동하게 된다.

 


디지털 장의사의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

디지털 장의사의 등장은 단지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장례 문화 자체가 현실에서 디지털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장례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고인을 기억하고, 정리하고, 추모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바로 이 전환의 중심에 있는 존재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거나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 생애의 ‘마지막 장’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향후 디지털 장의사 관련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면, 각종 플랫폼과의 공식 연계도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이미 ‘사후 계정 처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절차는 복잡하고 제한적이다. 디지털 장의사가 이런 기능과 연동되어 원스톱으로 모든 플랫폼을 정리할 수 있다면, 유족 입장에서 훨씬 수월하고 체계적인 애도 경험이 가능해진다. 이는 온라인 장례라는 개념이 사회에 자리 잡게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죽음 이후의 디지털 예절’이라는 새로운 문화 형성을 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