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란 무엇인가? 온라인에서도 죽음은 관리가 필요하다

wellnews 2025. 6. 26. 23:22

현대인의 삶은 현실과 디지털 공간 모두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SNS, 이메일,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콘텐츠와 기록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 감정, 추억, 관계를 모두 담아내는 일종의 디지털 정체성이 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이 디지털 자산들은 사망 이후에도 온라인에 남겨진 채 방치되거나 심각하게는 악용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망자의 계정이 해킹되어 피싱, 사기, 불법 광고에 활용되는 사례는 실제로도 적지 않다. 더 나아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사망한 사람의 생일 알림이나 자동 추천 기능이 활성화되어,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감정적 문제를 넘어, 사망자의 계정이 부정 사용되면서 가족 전체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유족 입장에서는 계정 삭제나 데이터 정리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절실해진다. 이처럼 사망 이후에도 정리가 필요한 디지털 자산의 현실 속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바로 디지털 장의사다. 디지털 장의사는 현실에서의 장의사가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듯, 온라인 세상 속에서 고인의 흔적을 정리하고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덜어주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 온라인도 죽음 관리 필요

 

디지털 장의사가 하는 일과 서비스 방식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계정을 삭제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유족이나 본인의 요청을 받아, 사망자의 온라인 자산 목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후, 각 플랫폼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공식적으로 삭제나 비공개 요청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필요한 문서에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 신분증 사본 등이 있으며, 이는 각 플랫폼의 정책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플랫폼마다 처리 절차가 상이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점에서 디지털 장의사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일부 유족은 특정 사진이나 영상만은 간직하길 원하기 때문에, 데이터 삭제 전 일부 콘텐츠를 추출해 주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추출된 자료는 클라우드 링크 또는 외장 저장장치로 전달되며, 유족에게는 정리 보고서까지 제공된다. 디지털 장의사는 요청이 들어오면 단순한 삭제 작업을 넘어서 유족과의 상담을 통해 어느 범위까지 데이터를 정리할지 세밀하게 협의하며,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는 유족의 정서까지 배려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장례식장과 제휴해 오프라인 장례와 디지털 장례를 함께 묶은 패키지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어, 디지털 장의사의 서비스는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특정 종교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디지털 흔적 정리에 대한 선호도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부 유족은 계정 삭제보다는 디지털 추모 공간으로 유지하길 원하며, 디지털 장의사는 해당 요구에 맞춰 계정을 전환하거나 특정 게시물만 선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법적·윤리적 과제와 사회적 논의

디지털 장의사는 기술적 전문성과 함께 윤리적 판단력도 요구되는 민감한 업무를 수행한다. 사망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유족이 계정을 삭제하거나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유족 간 의견이 충돌할 경우 어느 쪽의 요청을 우선할 것인지, 삭제 전 데이터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고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는 법률, 개인정보 보호, 정서적 민감성에 대해 동시에 숙지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중립적인 조율자 역할을 맡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서비스 업체는 심리상담사와 연계해 유족의 정서적 반응을 관리하거나, 삭제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가족 간 대화를 조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 유산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직업은 단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선 죽음 이후를 설계하는 조력자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시선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는 공인된 자격제도가 없으며,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미 관련 법과 상속 지침이 정립되어 있어, 한국 역시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

 

디지털 장의사의 미래와 사회적 의미

앞으로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한 기술직이 아닌, 감정과 법,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복합적 전문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더 많은 관계와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이제 이 디지털 자산은 단지 삭제의 대상이 아니라 기념과 기록, 보호의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일부 유족은 고인의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삭제하기보다는 추모의 공간으로 유지하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지털 장의사는 삭제뿐 아니라 관리보존까지 포괄하는 역할로 확대될 수 있다. 이미 몇몇 대학에서는 디지털 장의사 관련 커리큘럼이나 데이터 윤리, 사후 자산 관리 과정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민간 자격과 연계된 실무 교육도 추진 중이다. 특히 메타버스나 AI 기술과 결합하며, 디지털 존재가 사망 이후에도 일정 형태로 남을 수 있는 미래 사회에서는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단순히 계정을 닫는 데 그치지 않고, 고인의 디지털 기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포함된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지 죽음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진 기억을 정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윤리 기준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 자리 잡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