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

wellnews 2025. 6. 27. 17:12

현대인의 삶은 오프라인만 아니라 온라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사람들은 SNS에 일상을 남기고, 클라우드에 사적 파일을 저장하며,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개인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결된 데이터는 죽음 이후에도 고스란히 인터넷에 남아 있게 된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방치할 경우, 고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만 아니라 유족의 정신적 고통, 심지어 금전적 피해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런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정리함으로써 고인의 마지막 명예를 지키고, 남겨진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디지털 장의사와 개인정보


디지털 장의사가 지키는 프라이버시: 고인의 권리와 유족의 안정 사이

사망자의 개인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다. 거기엔 고인의 감정, 가치관, 관계,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계정 삭제나 데이터 비공개 처리 이전에, 고인의 의사와 유족의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망자의 이메일에는 연인과 주고받은 사적 대화, 재정 정보,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뉴스 구독 내용 등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유족이 무분별하게 열람할 경우, 오히려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유족과 충분히 상담한 뒤, 어떤 데이터를 공개하고 어떤 정보를 폐기할지 신중하게 결정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인의 블로그나 SNS 게시물이 사후 인터넷에서 2차 확산되는 사례도 있다. 고인의 이름이 검색 결과에 남거나, 과거 게시물이 캡처돼 유포될 경우, 유족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흔적 지우기’ 서비스를 병행하기도 한다. 검색 결과에서 제거 요청을 넣고, 저작권이나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자료는 법률 전문가와 함께 처리 절차를 밟는다.
여기에 더해, 사망자의 계정이 해킹되어 사칭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고인의 이름으로 가짜 메시지가 발송되거나, 광고 계정으로 전환되어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는 실제 존재한다. 특히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작가 등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의 계정은 해커들에게 타깃이 되기 쉽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런 보안 위협까지 감안해 계정 접근을 즉시 차단하고, 복구 불가능하게 완전 삭제를 요청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삭제가 아니라, ‘고인의 온라인 신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디지털 장의사 업무에 따른 개인정보 보안 책임


디지털 장의사가 다루는 정보는 민감 정보 그 자체다. 고인의 생년월일, 주소, 계좌번호, 지인 연락처, 가족관계 정보 등은 유족뿐 아니라 외부인에게 유출될 경우 치명적인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사망자의 이메일이 해킹되어 유족 명의로 스팸 메일이 발송되거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이 유포되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 접근, 백업, 폐기 과정에서 엄격한 보안 프로토콜을 따른다.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된 저장소를 통해 보관되며, 백업 파일 역시 외부 공유 없이 유족에게만 전달된다. 또한 일부 전문 업체는 작업 과정에서 CCTV 기록과 내부 로그를 남겨, 데이터 누락 또는 유출에 대비한다. 특히 고인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공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모든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의 핵심 윤리 기준이다. 이 과정에서 유족이 원할 경우, 삭제 전 백업에 대한 명시적 동의서도 함께 작성된다. 이는 단순한 보안 조치가 아니라, 고인의 사생활을 마지막까지 존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 장비도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에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중 인증 해제 요청, 디지털 자산 접근 기록 확인 시스템, 메타데이터 자동 식별 툴 등이 활용되며, 정리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보안 수단이 동원된다. 특히 유족이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는 경우, 국경을 넘는 개인정보 처리에는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되므로, 이와 관련한 법률 자문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는 단순 삭제 이상의 업무이며, ‘사후 보안 관리자’라는 새로운 직업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장의사가 만들어가는 사후 개인정보 문화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단지 기술적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는다. 고인의 프라이버시를 정리하고 보호하는 이 과정은 곧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죽음 이후의 프라이버시는 유족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사망자 본인이 생전에 자신의 데이터를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지정하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사용자가 생전에 지정할 수 있는 ‘디지털 상속인’ 기능을 도입해, 사망 이후 계정 처리를 유족 또는 제3자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디지털 유언장’ 작성과 데이터 사전 정리 컨설팅을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유족과 플랫폼 간의 분쟁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조율까지 함께 담당한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장의사는 생전부터 사후까지, 개인정보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동반자다. 앞으로 이 역할은 더 정교해질 것이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의 존엄한 퇴장을 지켜주는 필수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일부 국가는 디지털 유산 보호를 위한 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향후 국내에서도 디지털 장의사와 개인정보 보호를 법적으로 연결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사망자 개인정보 보호라는 관점에서 ‘공공 책임’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디지털 장의사는 단지 개인이 고용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신규 필수 직업군’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