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는 사망자의 온라인 자산을 정리하고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인의 계정을 대신 삭제하거나 타인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행위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잘못된 접근은 명백한 위법이 될 수 있다. 특히 플랫폼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법적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업무 진행은 물론 유족과의 신뢰마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장의사에게 법률 지식은 기술적 능력과 함께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상속하거나 보존하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장의사의 법적 책임도 강화되는 추세다. 단순히 삭제를 요청하는 시대를 넘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상속하고, 어떤 자료는 폐기해야 할지를 정리하는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의사는 개인정보 처리 목적, 정보의 민감도, 상속 대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게 되었고,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는 기술 이상의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된다.
디지털 장의사가 처리하는 주요 법적 문서와 제출 절차
디지털 장의사가 가장 먼저 접하는 법적 절차는 사망자의 신분과 유족의 관계를 입증하는 것이다. 플랫폼에 따라 요구되는 기본 서류는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사본, 위임장 등이며, 일부 해외 서비스는 공증된 영문 서류나 법원 발급 문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계정 접근 요청’을 위해 미국 본사의 특별 양식을 작성해야 하며, 계정 접근 허가를 받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반면 카카오나 네이버는 국내법 기준에 따라 유족 확인이 완료되면 계정 삭제나 비공개 처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이외에도 유족 간 의견이 갈리는 경우, 디지털 장의사는 반드시 위임장을 통해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 상속인’을 지정해야 한다. 일부 플랫폼은 모든 직계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처리가 가능하므로, 가족 간 서류 조율이 디지털 장의사의 실질적 업무에 포함된다. 유족 간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장의사 측은 사전에 처리 방식, 보관 자료, 삭제 범위에 대해 명확한 동의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동의서는 나중에 법적 분쟁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모든 과정을 문서화해 남기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최근에는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상속세 문제나 계정 내 결제 정보 확인도 함께 요구된다. 장의사는 단순히 계정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유료 콘텐츠나 미지급 수익, 후원 명세, 잔여 포인트 등의 내용을 조사하고, 이를 정리해 유족에게 제공하는 회계 업무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 정보 보호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 추가 법령까지 숙지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디지털 장의사에게 적용되는 국내 법률과 한계
한국에서는 아직 디지털 장의사를 직접 규정하는 법률은 없다. 그러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이 간접적으로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법, 저작권법, 민법(상속 관련 조항)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에 따르면, 고인의 개인정보 처리에는 ‘적법한 권한’이 필요하며, 이를 위반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사망자의 디지털 콘텐츠 중 일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인이 작성한 블로그 글, 사진, 영상, 디자인, 음악 등은 창작물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를 유족이나 제3자가 무단으로 삭제하거나 수정할 경우 저작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런 콘텐츠의 성격을 구분하고, 필요시 삭제 여부에 대해 유족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플랫폼 측에서도 법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요청자에게 보다 까다로운 요건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고인의 계정 내 민감한 데이터, 예컨대 건강정보·금융 명세·사적 메시지 등은 접근 자체가 차단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디지털 장의사는 ‘정리 가능한 범위’와 ‘법적으로 제한된 영역’을 구분하는 능력까지 요구받는다. 이 구분이 정확하지 않으면 법적 문제만 아니라 유족과의 신뢰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와 국가 간 법 차이에 대한 대응 전략
디지털 장의사의 업무는 국내 법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과 외국 계정이 대상인 경우, 해당 국가의 개인정보보호법·상속법·저작권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GDPR(일반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사망자의 개인정보 처리에도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미국 일부 주는 ‘디지털 자산 상속법’을 도입해 유족의 계정 접근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특정 플랫폼에서 사망자 계정에 대해 유족의 접근 자체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각국의 법체계와 플랫폼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는 기본적인 국제 법률 감각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실제 업무에서는 현지 법률 자문가와 협력하거나 글로벌 플랫폼의 정책 변화를 주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특히 AI 기반 콘텐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생성형 데이터의 소유권과 삭제 권한 문제는 앞으로 디지털 장의사에게 더 복잡한 법적 판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국내 기준만을 따르던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는 국제적인 시야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수준 내에서 고인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나아가 디지털 장의사의 국제적 활동은 ‘디지털 사망 인증 시스템’ 같은 글로벌 표준 도입 필요성으로도 이어진다. 국가 간 데이터 전송 및 삭제 요청을 체계화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으며, 디지털 장의사 역시 이 과정에 전문 자문 인력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 미래에는 단지 개별 계정을 처리하는 단계를 넘어, 디지털 사망 이후의 행정 절차 자체를 국제적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사후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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