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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가 다루는 사망자의 AI 계정과 생성 콘텐츠

인공지능 기술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챗봇과 음성비서, 이미지 생성 도구, AI 기반 글쓰기 서비스는 더 이상 일부 기술 애호가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활용하는 디지털 도구가 되었다. 사용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말투, 관심사, 감정 표현 방식을 반영해 고유한 AI 경험을 축적한다. 그러나 이런 인공지능 서비스는 사용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대부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생전의 대화 기록, 훈련 데이터, 프롬프트 설정, 맞춤형 AI 캐릭터 등이 사후에도 플랫폼 내에 보존되고 있으며 그 일부는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기도 한다. 이에 따라 고인의 디지털 자산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노출되거나 누군가에 의해 2차로 재사용되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디지털 장의사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흔적에 주목하며 사망자의 인공지능 계정이 단순한 기술 기록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된 자산이라는 전제하에 정리 업무를 수행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부를 흉내 낼 수 있는 시대일수록, 남겨진 AI 데이터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점은 점점 더 중요한 디지털 윤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가 다루는 AI 계정

 

고인이 남긴 AI 계정은 기술이 아닌 기억의 집합이다


사망자가 남긴 인공지능 계정은 그 자체로 일종의 자화상이다. AI 챗봇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학습하며, 점차 그 사람만의 언어적 뉘앙스를 닮아가고, 음성합성 플랫폼은 고인의 발성 패턴과 억양을 기반으로 새로운 음성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영상 속 인물의 표정이나 말투까지도 고도로 정교하게 재현되면서, 고인의 모습을 AI로 다시 만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처럼 AI 안에 남겨진 고인의 흔적을 단순히 '계정'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고인이 오랜 시간 쌓아온 디지털 흔적이자, 기술적으로 재현된 개인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떤 경우에는 고인이 훈련한 AI 이미지 모델을 가족이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 하기도 했으며, 반대로 고인의 음성이 AI 서비스에 남아 타인에게 무단 노출된 사례도 존재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런 데이터가 남겨진 상황에서 유족과 상의해, 어떤 콘텐츠는 삭제하고, 어떤 것은 보관하며, 필요한 경우 백업한 뒤 접근 제한을 설정하는 등 구체적인 정리 절차를 설계한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안에 담긴 개인성을 정리하는 작업은 더욱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처리하는 생성형 AI 데이터의 현실과 한계

생성형 AI 기술은 사용자의 입력과 반응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고, 사용자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출력한다. 사용자가 직접 학습시킨 프롬프트나 이미지 스타일은 해당 AI 플랫폼 내에 저장되며, 사용자의 사망 이후에도 별도의 요청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서버에 보존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먼저 사망자의 AI 계정이 남긴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를 파악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요소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생성 이력, 음성 클론 파일, 맞춤형 챗봇 로그, 심지어는 사용자의 개인감정 반응을 토대로 설계된 트레이닝 설정값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AI 플랫폼은 사망자 계정에 대한 별도의 정책을 두고 있지 않거나,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삭제 요청을 수용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는 개별 서비스의 약관을 해석하고, 요청할 수 있는 절차를 찾아내는 일이 필수가 된다. 예를 들어 어떤 플랫폼은 ‘계정 삭제는 가능하지만 학습 데이터는 자동 삭제되지 않음’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추가적인 서면 요청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고인의 AI 계정을 정리하는 일은 기술과 법률의 교차점에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감정적으로 민감한 유족과의 소통 능력도 요구된다.


사망자 AI 콘텐츠는 추모와 침해 사이에서 균형을 요구한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새로운 결과물’로 간주하기 쉽지만, 고인의 말투와 사고방식을 반영한 AI 결과물은 그 자체로 고인의 일부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고인의 인격을 닮은 챗봇이나 영상 캐릭터가 존재하는 경우, 유족은 이를 추모의 수단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전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간주할 수도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양가적인 감정을 존중하며 정리를 진행한다. 유족이 원할 경우 해당 AI 콘텐츠 일부를 개인 저장소에 백업하거나, 향후 추모관 형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반대로 공개 상태에 있는 콘텐츠가 타인에 의해 오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즉시 플랫폼에 정식 삭제 요청을 하거나 비공개 전환을 위한 절차를 밟는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고인의 이름으로 남긴 AI 에세이 콘텐츠를 퍼블릭 포스트로 남겨두었고, 이 자료가 사망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단 공유되었다면, 이는 유족의 정신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데이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가 지닌 의미를 함께 이해하고, 유족이 감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리 방식을 조율한다. 결국 AI 콘텐츠의 정리는 기술적 폐기보다 인간 중심의 해석이 요구되는 분야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디지털 장의사의 윤리와 해석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AI 기술의 확장 속도는 그 누구도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 오늘날에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움직임까지도 AI로 재현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고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그 존재를 반복적으로 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재현이 항상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이 기술로 전유될 때, 인간의 존엄성이 손상될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 속에서 윤리와 해석력이라는 무형의 기준을 바탕으로 정리 업무를 수행한다. 단순히 계정을 닫고 데이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남긴 흔적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유족과 함께 되짚으며, 삭제냐 보존이냐를 넘어서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한다. 고인이 남긴 AI 콘텐츠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감정, 기억, 정체성의 일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정리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이며 예우다. 디지털 장례라는 개념이 기술과 결합하여 진화하는 오늘날, 디지털 장의사의 진짜 전문성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AI조차 고인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그 경계를 잘 다듬고 마무리하는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