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의 대상은 누구인가? 개인, 기업, 그리고 사회까지

wellnews 2025. 6. 29. 22:27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은 처음에는 단순히 사망자의 계정을 정리해 주는 서비스로 알려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대상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죽음을 맞이한 개인의 가족뿐만 아니라, 생전에 스스로 데이터를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들,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상속받고자 하는 가족, 심지어는 데이터를 통해 사회적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기업과 공공기관까지도 디지털 장의사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이 곧 신뢰와 정체성이 되는 시대에서, 장의사는 더 이상 죽음 이후에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장의사가 실제로 어떤 유형의 고객을 상대하고, 그 대상별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 대상


생전 개인 고객을 위한 디지털 장의사의 사전정리 서비스

생전 개인 고객은 디지털 장의사의 가장 중요하고 꾸준한 수요층 중 하나다.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층, 만성질환자, 독거노인 등은 사망 전 자신의 디지털 자산을 직접 정리하거나 삭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SNS, 블로그, 유튜브, 이메일, 클라우드 등 다양한 계정을 가지고 있고, 이 계정들이 사후에 어떻게 처리될지 큰 고민을 가진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들을 위해 먼저 ‘디지털 자산 목록화’를 도와준다. 각 플랫폼에서 어떤 계정이 존재하고, 어떤 콘텐츠가 남아 있으며, 어떤 데이터가 가족에게 상속될 수 있는지 분석한다. 이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삭제’, ‘상속’, ‘보존’, ‘비공개 전환’ 등의 분류를 정하고, 이를 디지털 유언장 또는 생전 처리 동의서 형태로 문서화한다.
또한 생전 고객은 삭제만 아니라 ‘디지털 평판 관리’에도 관심을 가진다. 예컨대 과거 인터넷에 남긴 게시물이나, 본인이 운영하던 사이트에서 기록을 정리함으로써 사망 이후 남겨질 이미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런 고객에게 감정적으로 민감한 자료를 중심으로 정리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공증이나 클라우드 백업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를 연계한다. 결국, 생전 고객에게 있어 장의사는 ‘디지털 인생 정리 도우미’이자, ‘미래를 대비한 삶의 설계자’로 기능하게 된다.


유족과 상속인을 위한 디지털 장의사의 실무 역할

사망 이후 디지털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유족은 디지털 장의사의 전통적인 핵심 고객이다. 이들은 고인의 이메일, 사진, 블로그, 계좌 관련 정보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고, 각 플랫폼에 연락해도 정해진 절차나 요구 서류가 까다로워 혼자 해결하기 어려워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유족을 위해 플랫폼별 계정 정리 정책을 분석하고, 사망진단서, 가족관계증명서, 위임장 등의 문서를 바탕으로 계정 삭제, 접근, 비공개 처리, 또는 추모 계정 전환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또한 사망자의 유산 중에는 상속 가치가 있는 디지털 자산, 예를 들면 유튜브 광고 수익, 온라인 콘텐츠 판매 수입, 암호화폐 지갑 등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장의사는 단순한 계정 삭제를 넘어 법률 자문과 연계해 상속 절차까지 가이드할 수 있다.
유족 고객은 감정적으로 매우 민감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장의사는 단순 실무자의 태도를 넘어 ‘정서적 동반자’로서 접근해야 한다. 고인의 데이터를 정리하면서도 가족 구성원 간 의견이 상충할 수 있기 때문에, 중립적 조정자 역할이 요구되며, 문서화된 동의 절차와 함께 가족 공동 협의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처럼 실무와 감정, 법률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층적 전문가로 활동한다.


기업과 조직 단위의 디지털 자산 정리 수요 증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및 단체 고객이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직 임원이나 대표가 사망했을 때, 그가 운영하던 회사 SNS, 이메일 계정, 내부 업무용 클라우드 등의 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개입하게 된다. 기업은 사망자의 계정을 통해 보안이 뚫리거나, 회사 기밀이 유출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의사의 전문 서비스를 활용한다.
또한 언론인, 유명 작가, 정치인, 공무원 등의 경우 사망 이후 디지털 자산이 공적 기록으로 활용되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유족과 기관, 대중 간의 데이터 소유권과 접근권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처럼 공공성과 사생활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중재자로 기능할 수 있으며, 삭제만 아니라 보존 방식까지 조율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는 정리 업무 이전에 사내 디지털 유산 관리 규정 수립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향후 직원의 퇴직 또는 사망 시 혼란을 줄이고, 조직의 보안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연결된다. 기업에 있어 디지털 장의사는 단지 외부 위탁 서비스가 아니라, ‘디지털 리스크 관리자’로서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


디지털 장의사의 고객이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이유

디지털 장의사의 고객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자산은 개인의 것이지만, 그 파급력은 공동체에 미친다. 예를 들어,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망하고 그의 SNS 계정이 해킹되어 사기 광고에 사용된다면 수많은 팔로워가 피해를 본다. 또, 고인이 운영하던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망 후 방치되어 불법 콘텐츠 유포처로 전락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디지털 정리 문제를 넘어 공공의 신뢰와 정보 안전 문제로 연결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사회적 리스크를 예방하고, 사후 디지털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공공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고령층 대상의 생전 정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디지털 유언장 캠페인을 추진하는 등의 활동도 장의사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다. 더 나아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률·정책 개발에 자문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디지털 사후 문화 형성의 선도자로도 기능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의 고객은 단지 ‘죽은 이’가 아니라, ‘남겨진 모두’이며, 이 직업은 개인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윤리적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