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디지털 장의사가 정리하는 고인의 인스타그램 흔적과 감정의 분리 방식

wellnews 2025. 7. 22. 10:21

디지털 장의사가 정리하는 수많은 계정 중, 인스타그램은 가장 많은 질문과 망설임을 동반하는 공간이다. 사진과 영상, 짧은 문장, 해시태그, 좋아요와 댓글로 구성된 그 작은 정사각형 프레임 속에는 단순한 정보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그것은 고인의 일상이며, 감정이며, 누군가에게는 함께였던 시간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인스타그램 계정 앞에서 유족은 삭제를 요청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계정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계정 삭제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와 같은 감정의 층위를 이해한 채로 업무를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은 더 이상 단순한 사진 공유 플랫폼이 아니다. 그것은 고인의 기억이 축적된 디지털 공간이며, 동시에 유족의 애도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의사는 그 계정을 ‘데이터’가 아닌 ‘기억의 구조물’로 바라봐야 하며, 감정과 정리를 분리하지 않고 균형 있게 다루는 정리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고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장의사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감정적 중재 방식을 다룬다.


디지털 장의사가 마주하는 인스타그램의 감정적 밀도

인스타그램은 타 SNS보다 개인의 삶이 시각적으로 기록되는 특성이 강하다. 수년간 쌓인 피드에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시간, 고인의 얼굴과 음식, 여행지와 반려동물, 그리고 생전 마지막 게시물까지 이어지는 감정의 연대기가 존재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계정을 열람하는 순간, 그 계정은 단순한 삭제 대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전체를 간직한 앨범처럼 다가온다.
특히 인스타그램에는 ‘스토리’ 기능과 ‘하이라이트’, ‘DM(다이렉트 메시지)’까지 포함돼 있어, 타임라인에 보이지 않는 비공개 감정의 층위까지도 정리 대상이 된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스토리를 본 가족은 갑작스럽게 슬픔에 휩싸이기도 하며, 연인이나 친구는 DM을 복구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처럼 감정적 반응이 민감하게 일어나는 플랫폼을 다룰 때, 정보 접근에 앞서 감정의 밀도를 먼저 읽어내야 한다. 이는 장의사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정리의 감정적 설계자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냐 보존이냐, 유족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결정의 기준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리할 때 유족의 입장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다. 일부는 ‘고인의 계정을 계속 남겨두고 싶다’며 추모 공간으로의 전환을 요청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는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즉시 삭제를 원한다. 같은 가족 내에서도 감정적 온도 차는 다르고, 그 차이가 계정 정리 방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때 디지털 장의사는 어느 한쪽의 입장을 수용하기보다는 고인의 의사 추정과 감정의 조율이라는 중립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고인의 계정에 ‘비공개’로 설정된 수많은 사진이 남아 있는 경우 장의사는 사진을 모두 백업한 뒤 일정 기간 유보하며 유족 간 합의 과정을 거치도록 돕는다. 삭제보다 어려운 결정은 ‘보존 방식의 선택’이다. 추모 계정으로 전환해두면 고인의 게시물은 남지만 더 이상 로그인이나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제약이 생긴다. 반대로 백업 후 계정을 폐쇄하는 경우 디지털 공간 안에서의 추모는 불가능해지지만 유족이 직접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 같은 선택지를 설명하고 각 방식의 감정적 영향과 기술적 한계를 충분히 안내한 뒤 최종 정리 방향을 함께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장의사의 고인 인스타그램 흔적 정리


디지털 장의사는 인스타그램 정리 과정에서 관계까지 고려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인스타그램 정리를 수행할 때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고인과 팔로워 간의 관계성이다. 고인의 계정에는 수백, 때로는 수천 명의 팔로워가 연결돼 있고, 이들 중 일부는 고인과 가까운 사이였으며, 어떤 이들은 이미 잊고 지낸 사람들일 수 있다. 계정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할 경우, 해당 사람들과의 디지털 연결선이 끊기는 결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장의사는 유족과 함께 정리 계획을 수립할 때, 남아 있는 사람들과의 감정적 연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일부 유족은 고인의 친구들이 고인의 사진을 더는 보지 못하도록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팔로워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한다. 반면 어떤 유족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 댓글을 남기면 좋겠다”고 말하며 계정을 최대한 공개 상태로 유지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처럼 계정 하나가 고인과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동시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장의사는 단순한 정리자가 아니라 관계의 감정을 조율하는 감정 번역가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관계라는 것은 단절과 보존 사이에서 언제나 복잡한 감정을 동반하기에 디지털 장의사는 ‘계정 정리’라는 기술적 용어보다 ‘디지털 관계 정돈’이라는 감정적 언어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은 지워도 기억은 남는다, 디지털 장의사의 마지막 조율

디지털 장의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정리하면서 언제나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지운다는 건 무엇을 없애는 것인가?’ 계정을 삭제하거나 게시물을 백업하고 계정을 닫는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깔끔한 마무리지만, 유족에게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별일 수 있다. 반대로 계정을 남겨두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쉬운 선택이지만 유족의 감정 회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장의사는 모든 기술적 결정 앞에서 감정적 타이밍을 먼저 살핀다.
실제로 어떤 유족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사진 한 장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비공개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어떤 유족은 계정 전체를 PDF 파일로 백업하고, 사진들을 하나하나 인쇄해 고인의 앨범을 만들었다. 정리는 삭제가 아니라 기억의 형태를 바꾸는 일임을 디지털 장의사는 알고 있다. 그래서 장의사는 계정을 정리할 때 언제나 말한다. “지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남게 됩니다.”
이처럼 디지털 장의사는 고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앞에서 단순한 ‘계정 관리자’가 아니라 고인의 삶을 감정적으로 정리하는 디지털 추모 설계자로 그 역할이 확장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공간은 결국 사람이 남긴 감정의 구조물이며 그것을 정리한다는 것은 사람의 이야기를 정돈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