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장의사

AI 프로필과 고인의 흔적은 디지털 장의사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

wellnews 2025. 7. 7. 11:07

생전에 사람들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자신의 인공지능 기반 프로필을 만들어낸다. 챗봇과 음성비서, 자동응답 시스템 등은 고인의 말투, 선호, 대화 습관 등을 학습해 개인화된 디지털 존재를 구축한다. 이러한 AI 기반 프로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인의 일부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사망 이후에도 해당 AI가 여전히 작동하는 상황은 남아 있는 이들에게 혼란과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이제 이처럼 인간의 흔적을 넘어, 스스로 작동하는 디지털 대리인까지 다루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글은 AI 기술이 만든 새로운 디지털 흔적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리해야 하는지를 탐색한다.

 

AI 프로필 디지털 장의사의 과제

 


디지털 장의사는 AI 챗봇에 남은 고인의 말투와 기억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고인의 생전 메시지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봇은 그 사람의 어휘 선택, 문장 구성, 감정 표현 등을 일정 수준 반영한다. AI는 이러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사망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한다. 유족이 이러한 챗봇과 마주하게 될 때,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고인을 다시 만나는 듯한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동시에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고인의 동의 없이 AI가 계속 작동하는 것은 디지털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유족 입장에서는 감정적 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챗봇의 작동 여부, 데이터의 보존 혹은 폐기 방향에 대해 유족과 조율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챗봇이 고인의 생전과는 다른 내용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도 유족에게 사전에 안내되어야 하며, 고인의 이미지가 왜곡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더불어 향후 고인의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가능성에 대한 사전 논의도 필요하다. 디지털 장의사는 그 가능성을 유족과 함께 충분히 검토하고, 적절한 기술적 조치를 권고해야 한다.


AI 음성비서에 남은 고인의 습관과 일상도 정리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음성 인식 기반의 AI 비서 또한 고인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정, 선호 음악, 쇼핑 목록, 위치 기록 등은 사적인 정보이자 고인의 생활 방식이 집약된 데이터다. 특히 AI 음성기록에는 특정 표현이나 억양, 감정의 변화까지 반영되기도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비물질적 흔적을 정리할 때, 단순 삭제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남겨진 이들이 원할 경우 일부 기록을 저장하거나 추모의 의미로 보존할 수도 있다. 문제는 AI 비서의 서버가 외부 기업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고인의 정보 접근이나 삭제를 위한 절차가 복잡하며, 디지털 장의사는 기업과 유족 간의 소통을 중재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최근에는 AI 음성기록을 바탕으로 한 추모용 음성 콘텐츠가 제작되기도 하면서, 단순한 삭제를 넘어 새로운 활용 가능성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기록을 단순히 지우는 것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며, 유족의 감정적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내를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유족의 심리적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율적으로 학습한 AI는 고인의 의도와 무관한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

AI 기반 디지털 존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고인이 설정한 초기 정보와는 무관하게 변화된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예를 들어 고인의 성격과 다른 대답을 하거나, 생전에 하지 않았던 말투를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와 같은 문제를 유족에게 설명하고, 기술적 조치를 안내해야 한다. 유족이 원한다면 특정 시점 이전의 데이터만 보존하거나, 학습된 데이터 전체를 삭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의 특성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의 정서적 수용 여부를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율 학습형 AI는 데이터 입력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반응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고인의 의도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능은 디지털 장의사에게도 지속적인 기술 학습을 요구하며, 변화하는 AI 기술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AI가 남긴 흔적은 새로운 추모 방식이 될 수 있을까

고인의 AI 프로필은 단순히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의 말투와 선택이 반영된 하나의 기억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일부 유족은 이러한 AI를 통해 고인과의 대화를 지속하거나, 생전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AI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추모 방식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감정적 의존이나 현실 부정이라는 부작용도 야기할 수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이러한 감정의 경계에서 추모가 될 수 있는 선을 파악하고, 유족이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조언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남겨진 AI 흔적은 삭제 대상이 아닌, 추모의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자료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폐기가 아닌, 기억으로 남길 것과 정리할 것을 구분하는 판단이 필요하다. 기술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지금, 디지털 장의사는 정보 정리자이자 감정 중재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장의사의 전문성 중 하나로 '감정 케어' 역량이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으며, 기술적 역량과 감정 소통 능력을 겸비한 인재가 요구될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AI 기반 프로필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흔적은 과거와는 다른 복잡성을 지니며, 단순히 데이터 삭제를 넘어 감정, 윤리, 법적 기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고인의 AI 존재를 어떻게 다룰지는 디지털 추모 문화가 나아갈 방향과도 연결된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디지털 장의사가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까지도 정리하는 존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AI 프로필을 둘러싼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며, 디지털 장의사는 새로운 윤리 가이드라인 정립에도 실질적인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